2007년 하반기에 방영을 시작한 '역경무뢰 카이지'는 국내에선 만화책인 '도박묵시록 카이지'로 잘 알려져있다. 현재 4장까지 연재중인 이 작품이 애니화된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했다. 노련한 제작사인 '매드하우스'에 힘입어 카이지는 성공리에 애니메이션으로 탄생되었다. 만화책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꽤나 카이지가 미화되서 나온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원작을 전부 보진 않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준 표현은 충분히 훌륭하다.
2. 애니메이션의 재미요소
카이지의 재밌는 점은 정말 '도박'에 걸맞는 승리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카이지는 조금 머리가 비상하고 우수한 녀석이라 할지라도 평범한 '인간'이며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그정도의 그릇이다. 갖가지 도박을 하며 겨우겨우 생환을 하게 되고 그게 끝이다. 한 건 벌어볼 작정으로 뛰어든 도박파네서 그는 목숨만 건져 돌아온다. 타 도박장르에서는 트릭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며 성공을 거머쥐는 유형이 있는가 하면 카이지처럼 성공도 실패도 아닌 '생환'을 그리는 유형도 존재한다. 이 작품은 카이지의 인간적인 면모,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관념을 낱낱이 파헤치는 작품인 것이다.
3. 간단한 리뷰
게임 중반, 카이지는 '카드 매점'을 생각해내고 돈을 주고 여러 사람들에게 '묵'을 사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현재 적게 남은 '빠'는 사라지고 '찌'만이 남았을 때 카이지 일행은 이길 확률이 대폭 늘어난다. 하지만 '키타미' 일행이 빠를 매점함으로써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 카이지는 한방승부를 걸어 키타미를 플로어에서 제외시키고 다량의 빠를 손에 넣게 된다.
극후반 극도로 줄어들어 매점을 한 카이지 일행이 승리를 확신할 때 후나이는 전부 모여서 카드를 섞자는 의견을 낸다. 이것도 후나이의 계략으로 카이지는 눈치를 채고 후나이를 고립시킨다. 후나이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결판이 난 상태. 카이지는 후나이에게 일행 전부의 생존을 건 한판승부를 제안하고 후나이의 카드를 눈치챈 카이지는 승리한다.
허나 카이지 일행이 남은 카드는 홀수로 무승부를 만든다해도 한장이 남게 된다. 카이지는 스스로 자멸을 하며 패배하게 된다. 별은 충분하기에 나머지 동료가 카이지를 생환하기만 하면 되는데 안도가 배신을 한다. 패배자의 방에 갇힌 카이지는 '오카바야시'라는 남자가 생환을 위한 어떤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걸 눈치채고 그것을 뺏어내는데 성공한다. 오카바야시를 생환시키려 한 그룹은 결국 카이지를 생환시키게 되고 카이지는 자신의 일행에게 남은 별을 빼앗아 패배장의 방에서 좌절을 하던 '이시다'를 구하는데 써버린다. 그리고 카이지는 다시 빚을 얻은 채로 돌아가게 된다.
아까와 폭도 길이도 같은 철골을 다들 건너려고 마음을 먹지만 결코 아까와 같은 철골이 아니다. 지상 22층 높이로 떨어지면 바로 즉사. 죽음의 공포는 아까와는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 압도적이고 냉혹한 진실에 참가자들은 엄청난 불안에 떨게 된다. 한명한명 이 공포를 이기지 못해 환각을 느끼다가 떨어지고 만다. 참가자들은 포기선언을 하고 철골에 손을 데려 하지만 전력차단이 늦어서 참가자중 한명인 '나카야마'는 죽게 된다. 이시다는 도저히 건널 자신이 없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교환권을 카이지에게 주면서 자신의 가족에 안부를 전한다. 겁쟁이었지만 마지막 순간엔 밀려나오는 비명을 입으로 틀어막고 카이지가 무사히 갈 수 있도록 조용히 떨어지게 된다.
사하라는 마지막 순간에 공포를 이겨내고 반대편에 다다르게 된다. 하지만 건너편에서 창문을 열때 엄청난 기압때문에 사하라는 튕겨나버리고 그대로 추락해버린다. 건너가도 죽음이라는걸 느낀 카이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자신의 옆에 유리 길을 발견한다. 그 계단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절망을 느낀 사람만이 찾아낼 수 있는 구원의 길. 카이지는 그 길을 통해 겨우 생환하게 된다. 하지만 아까 포기선언을 했기 때문에 교환권은 무효가 되버린다. 주최자의 회장인 '카즈타카 효도'는 여기까지 온 카이지에게 기회를 하나 주기로 한다.
연패를 겪는 카이지는 우연히 1승을 하게 되고 토네가와를 향한 효도의 지나친 질책으로부터 무언가를 깨닫는다. 이길거라는 확신. 카이지는 이들의 속임수를 간파해낸다. 바로 귀를 담보로 할때 걸어둔 장치. 토네가와는 이 장치로 혈압, 맥박, 체온 등을 알아내 카이지의 동요를 알아챈 것. 카이지는 억지로 귀를 잘라 장치를 떼어버리고 참가자중 한명의 속에 쥐게 해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자신의 동요를 들키지 않고 토네가와에게 마지막을 건 18mm의 큰 승리를 거머쥔다. 그리고 카이지는 12번째 승부를 요구하고 자신이 흘린 피로 트릭을 써 토네가와를 걸려들게 해 마지막으로 승리를 해 2천만이 넘는 금액을 손에 넣게 된다.
카이지는 '휴지 상자 제비 뽑기'를 생각해낸다. 페이퍼타올을 여러 장으로 잘라 수십개를 만든 후 그 안에 동그라미 표시를 해 당첨제비를 먼저 뽑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당해온 카이지이다. 이번엔 만반의 준비를 해놓는다. 휴지 상자의 짧은 쪽인 상자를 접는 부분엔 제비를 숨길만한 공간이 존재한다. 화장실에 있는 모든 휴지 상자에 제비를 숨기고 효도에게 이 도박을 제안한다.
철저히 준비한 이 도박으로 승부를 하는데 효도는 여기서 1억을 내놓고 그 담보로 카이지는 지면 손가락 4개를 잘리게 되는 큰 도박으로 번지게 된다. 그리고 당첨제비는 둘이 동시에 넣는 걸로 합의를 보는데 카이지가 손을 떼자마자 효도는 당첨제비를 반으로 접는다. 그 상태로 도박는 진행되고 먼저 효도가 뽑게 된다. 이 때 카이지의 트릭을 눈치챈 효도는 미리 넣어둔 제비를 발견해 구겨서 없애버린다. 꽝을 뽑은 효도는 카이지에게 넘겨주게 되고 숨겨둔 제비가 없는 걸 깨달은 카이지는 신에게 울부짖으며 제비를 뽑지만 꽝이었다. 효도는 미리 접어 놓은 진짜 제비를 꺼냄으로써 승리하게 되고 카이지는 기껏 얻은 2천만과 손가락 4개를 잃게 된다. 효도는 자신을 '왕'이라고 칭했다. 카이지의 트릭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승리로 이끈 효도는 정말 왕인 것인가? 귀와 손가락 4개가 잘려버린 카이지는 복수의 불꽃을 태운다.
4. 개인적인 견해
'역경무뢰 카이지'는 이와 비슷한 장르중에서도 특이한 편에 속한다. '성공'이 아닌 '생환'을 그려내고 있다. 절망적으로 도박의 길에 빠져 한 건 챙기려다 목숨만 건지는 하극상을 연출하는 카이지는 어쩌면 가장 현실성있는 녀석이 아닐까 한다. 남들보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도전정신은 분명 칭찬받을만 하지만 카이지의 그릇은 너무나도 작았던 것이다. 이 작품의 주제는 자신의 그릇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일까? 마지막 효도와의 결전에서 특히 느꼈을 대목이다. 하지만 이미 도박에 빠져버린 카이지. 카이지의 운명은 이제 도박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것이다.
흔히 이런 장르는 '트릭'으로 재미를 보지만 '역경무뢰 카이지'는 트릭도 트릭이지만 술렁이는 카이지와 참가자들의 심리변화를 더 주목하고 싶다. 애초에 모두 밑바닥 인생들이다. 돈때문에 목숨을 거는 어리석고도 잔혹한 진실속에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들을 정말 잘 묘사했다. 위의 리뷰에서 어느정도 트릭에 대한 설명을 해놨지만 트릭보단 심리변화에 주목을 해야 할 것이다. 최근 본 애니메이션중 이만큼 강한 마력을 가진 애니메이션은 드물었다. 2기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원작을 접하는 날은 꽤나 멀어졌다.
5. 그 외
이런 '겜블 장르'가 만화책에는 꽤 많지만 사실 애니메이션으론 적은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역경무뢰 카이지'는 꽤나 신선한 애니메이션으로 기억된다. 매드하우스 특유의 노련함덕분에 심리변화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잘 되어있어서 감탄한 애니메이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