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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tion

내가 뽑은 2010 BEST / WORST 애니메이션!

어느덧 2010년을 정리할 날짜가 다가왔다.

2010년에는 특히 애니메이션을 많이 본 년도였다.

작년에는 TOP 5와 총 결산을 했었는데 그 전에 가볍게 BEST / WORST를 하나씩 뽑아보자.

...

사실은 이벤트용임.


BEST ANIMATION


아라카와 언더 더 브릿지


서론

<아라카와 언더 더 브릿지>는 영 강강에서 연재중인 동명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으로 2010년 4월 ~ 6월에 걸쳐 총 13편으로 1기를 방영했고 2010년 10월부터 2기를 방영중이다. 애니화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원작 코믹스가 10권이나 정발되 꽤 쉽게 접할 수 있는 코믹스가 되었다. 정확한 장르는 '러브코미디아스트랄개그물'로 오랜만에 만나는 비학원물 순수 코미디 장르로서 주목을 받았다. 


괴작과 샤프트의 만남

일단 먼저 밝히지만 나는 샤프트빠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샤프트의 작품에는 약간의 편애를 가지고 있다. <아라카와 언더 더 브릿지>는 황당할 정도의 개그와 전파계라고 취급해도 좋을 비정상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결코 평범한 작품은 아니다. 이런 작품을 애니메이션 제작사 샤프트의 '신보 아키유키'가 감독을 맡는다는 소식은 참으로 반가웠다. 그야말로 괴작에 어울리는 감독으로서 아주 기대치가 높았다. 그뿐인가? 일단 가장 친숙하게 다가올 성우진은 샤프트로서 캐스팅할 수 있는 최고의 캐스팅이었고 스탭 또한 샤프트의 간판 스탭들이 뭉쳤기 때문에 샤프트 올스타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아라카와 언더 더 브릿지>에 가장 잘 맞는 제작사는 역시 샤프트라고 생각했지만 샤프트도 <아라카와 언더 더 브릿지>에 모든 것을 건 느낌이었다.




비일상으로의 초대

주인공이자 화자인 리쿠르트(이하 리쿠)의 본명은 이치노미야 코우로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그룹인 이치노미야 그룹의 후계자로서 이미 거대 기업을 운영중이고 T대를 수석으로 합격한 소위 말하는 인생의 승리자이다. 아무런 걸림돌이 없었던 그에게 아주 우연한 사고때문에 아라카와 다리 밑 노숙자 생활을 시작한다. <아라카와 언더 더 브릿지>에서는 크게 다리 밑 세상과 바깥 세상으로 나눈다. 바깥 세상에서 최고였던 코우가 바깥 세상에서는 밑바닥이라고 치부하는 다리 밑 세상으로 찾아온 이 일이 결코 재미없을 리가 없다. 다리 밑 주민들은 하나같이 괴짜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정신이 나가있고 바깥 세상에서 막 돌아온 리쿠르트에게는 이들의 생활 하나하나가 엄청난 비일상이다. 특히, <아라카와 언더 더 브릿지>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개그 형태가 갑자기 등장하는 슬랩스틱으로 예측불가능한 다리 밑 주민들의 특성에 딱 맞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이후로 이어지는 리쿠르트와의 만담 콤보는 재미를 두배로 더한다.




'리쿠르트'의 존재가 가지는 의미

리쿠는 코우의 다리 밑 이름이고 리쿠라는 이름을 씀으로써 코우는 다리 밑 주민이 된다. <아라카와 언더 더 브릿지>는 대부분 리쿠의 1인칭/3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리쿠는 다리 밑 주민으로서 다른 주민들의 정신 나간 짓을 할 때마다 태클을 거는 '츳코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냥 내버려두면 우주로 가는 주민들에게 참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건 이것이 아니다. 리쿠는 다리 밑 주민이 되었을땐 대부분 주민의 바보짓을 보며 딴지를 거는데 열중했지만 서서히 다리 밑 주민과 동일시하며 캐릭터를 확립하기 시작한다. 이는 다리 밑 생활에 적응한다는 뜻이다. '남에게 빚을 지지 말아야 한다'는 가훈때문에 이를 어길 시 천식으로 고통스러워하던 리쿠는 천식이 꽤 나아지고 바깥 세계에 있을 때와는 달리 즐겁게 웃을 수도 있는 사람이 되었다. 리쿠의 변화를 통해 다리 밑 세상이 바깥 세상보다 이점이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는 대목이다.


다리 밑 세상의 가치

다리 밑 주민들은 하나같이 비정상적인 사람들이지만 사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다리 밑에 남아있다. 세상의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다리 밑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은 매일같이 폭소를 자아낸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과 생각이 결코 틀리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세상의 허점을 찌르며 여러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의미있는 작품이다. 다리 밑 세상은 촌장에게 이름을 받음으로써 다리 밑 생활을 할 수 있게 되며 이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새 출발을 하게 해주는 커다란 의미가 있다. 촌장에게 이름을 받은 다리 밑 주민들은 모두 평등하게 서로를 대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서로 치고박으면서 싸울지언정 차별대우는 없는 유토피아를 상징하기도 한다. 



다리 밑 세상과 '니노'의 의미

리쿠가 다리 밑 세상으로 오게 된 이유는 니노에게 생명을 구해져 '생명의 은인'이라는 어마어마한 빚을 떠맡았기 때문이다. 리쿠는 니노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니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고 니노는 리쿠와 사랑을 하는걸 부탁한다. 니노와 연인이 된 리쿠는 니노가 자신을 잊어버리지 않게 어쩔 수 없이 다리 밑 생활을 시작한다. 바깥 세상에서 리쿠를 본다면 리쿠는 니노라는 족쇄에 채워져 인생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다리 밑 생활을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그 때문에 리쿠의 아버지는 이치노미야 가문에 먹칠을 한다며 리쿠를 다리 밑에서 내쫓으려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쿠는 다리 밑에서 생활하면서 점점 사람다운 사람이 되가고 있다. 3살때 아버지에게 진 빚을 다 갚고 오직 혼자 행동하며 사람은 혼자 있을때 가장 강하다고 말하던 이치노미야 코우가 리쿠르트로 바뀌면서 인간적인 면이 생기는건 반대로 따져서 삭막해진 현실을 비판하는 의도도 담겨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래뵈도 러브코미디

리쿠와 니노는 공식적인 커플이다. 하지만 리쿠는 그동안 혼자서 살아왔기 때문에 연애를 거절한 적은 있어도 연애를 해본 적은 없다. 금성인(?)인 니노는 오죽하랴. 실제로 둘의 연애행각은 어린아이 수준이다. 오히려 니노를 좋아하는 에게 자극받아서 경쟁심리로 연애를 하는 것이 더욱 크다. 리쿠는 나름대로의 상식인이기 때문에 리드하려고 노력하지만 오히려 니노의 천연덕스러운 한마디에 무너진다. <아라카와 언더 더 브릿지>는 러브코미디를 지향하지만 사실 연애행각은 오히려 상식을 깨는 만담에 더 가깝다. 물론, 후반부 금성에 떠나기 전에는 마구잡이로 커플이 생겨나긴 하지만 그건 아직 거론할 이야기가 안되겠다.



개인적인 견해

<아라카와 언더 더 브릿지>는 한마디로 줄이면 엉망진창 개그물이다. 현재 애니메이션이나 코믹스나 완전히 완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성 이야기는 차마 하질 못하겠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몸을 아끼지 않는 개그나 만담은 특별히 고민할 필요도 없이 빵 터지고 간간히 패러디도 등장한다. 게다가 이런 작품을 너무나 잘 소화하는 샤프트 특유의 연출에 힘입어 더욱 재미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상식에서 벗어난 다리 밑 주민들이 전하는 상식을 깨는 한마디가 참 여러 의미를 생각하게 해준다. 대부분의 명작에는 명대사가 있지 않은가? 내가 생각하는 <아라카와 언더 더 브릿지>의 명대사는 이거다.

"얼레? 상식이란 게 뭐지?" - 리쿠르트

리쿠에게 있어서 다리 밑 생활에서의 전환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아라카와 언더 더 브릿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함축하는 대사이기도 하다. 갖가지 사연을 가슴 속에 묻고 다리 밑에 모인 다리 밑 주민들이 매일같이 히히덕거리며 재미있게 사는 모습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째서 바깥 세상에서 모든 것을 가진 이치노미야 코우가 인생의 패배자라고 불러도 좋을 다리 밑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지병인 천식? 니노를 사랑해서?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그것은 하나의 변명일 뿐이다. 이치노미야 코우는 분명 리쿠르트로서 살아가는 것에 더욱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다리 밑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리쿠르트는 이미 훌륭한 다리 밑 세상의 주민이 되었다. 이후의 이야기는 이제 금성을 가는 이야기이고.. 누군가에 의해 저지당한다! 라는 후반부다운 꽤 흥미진진한 전개가 기다리고 있는데 애니메이션은 아직이니까 이만 줄인다.


총평

<아라카와 언더 더 브릿지>는 누구나 빵 터질 수 있는 재미있는 개그, 우리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상식을 깨는 한마디, 높은 완성도와 친숙한 성우진, 개그와 시리어스의 절묘한 공존 등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최고의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두 화 분량이 남아있기 때문에 결말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흥망이 갈릴 것 같지만 <아라카와 언더 더 브릿지> 특유의 분위기로 결말을 내줄 것 같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다. 


WORST ANIMATION


Angel Beats!


서론

<Angel Beats!>는 KEY, Aniplex, 전격 G's 매거진, P.A.WORKS의 합동 프로젝트로 이미 애니메이션 계에서도 <카논>, <에어>, <클라나드>로 유명해진 각본가 마에다 쥰의 시나리오와 <리틀 버스터즈>로 KEY의 새로운 간판 일러스트레이터로 떠오른 Na-Ga의 캐릭터 원안 합작으로 실행된 애니메이션이다. 한창 KEY에서는 7번째 게임인 <Rewrite>가 한창일 때 게임 시나리오라이터로서 활동하지 않겠다는 마에다 쥰이 2009년 4월에 돌연 발표한 프로젝트이며 2010년 4월 ~ 6월에 걸쳐 총 13화를 방영하였다. <트루 티어즈> <CANNAN>으로 퀄리티를 인정받고 있는 P.A.WORKS와 그 유명한 KEY의 마에다 쥰, Na-Ga가 함께 실행하는 오리지날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 많은 기대를 품은 작품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어떤지 따져보자.


시작 전의 오해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내가 <Angel Beats!>를 올해 최악의 애니메이션으로 평가한거에 의아한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객관적인 평가를 전부 빼자면 <Angel Beats!>는 개인적으로 한 손에 꼽을 만큼 나에게 영향력을 가져다 준 애니메이션이고 최초로 돈을 쓰게 만든 작품이다. 이미 내 가슴 속에서는 <Angel Beats!>를 베스트로 꼽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감정은 감정이고 깔껀 까야지. 원래 왠만한 작품을 봐도 재미있게 보는 성격인데 "아 이건 좀 아닌데.." 라는 발언이 나온건 <우주를 달리는 소녀> 이후로 처음이라서 결국 <Angel Beats!>를 꼽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재미로 따진다면 더 아래의 작품은 나올지 모르겠지만.. 내 입에서 한탄이 나왔다는 이유 하나때문에 꼽을 수밖에 없다.


분량 조절의 실패

<Angel Beats!>를 평가하면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나오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이는 각본가인 마에다 쥰이 직접 토로한 이야기이다. 그동안 게임 시나리오라이터로서 활동 해오던 마에다 쥰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세계관을 구축하다보니 6쿨 분량의 시나리오가 나왔지만 <Angel Beats!>에게 마련된 분량은 1쿨 분량이었다. 이는 결국 각본가와 프로듀서의 책임문제이기 때문에 결정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의 실패라고 볼 수 있다. 덕분에 <Angel Beats!>는 시청자들의 배려와는 상관 없는 엄청난 속도의 급전개를 보여주다가 갑자기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등 소위 말하는 쌩뚱맞은 전개로 1쿨을 빠르게 완결해버렸다. 최소한 감독과 각본가간의 피드백만 원할하게 진행되었으면 훨씬 괜찮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지만 너무나 아쉽다.



사후세계와 죽음의 의미

<Angel Beats!>의 가장 커다란 특징이라면 바로 사후세계이다. <Angel Beats!>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죽어서 사후 세계로 떨어졌다. 사후 세계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은 상당히 오랜만이다. 참신하다면 참신한 발상이다. 이 때문에 <Angel Beats!>에서는 죽음이라는 현상이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다르게 생각하면 코미디 장르에서 "저정도면 즉시 아냐?" 라고 할 정도의 슬랩스틱 장면도 죽어도 죽지 않는다는 이 세계관에서는 전혀 모순이 없는 현상이다. 문제는 이때문에 죽음이라는 현상을 너무나도 도외시한다. <Angel Beats!>에서는 길드 하강 에피소드가 총 세번 있고 그중에 SSS가 전부 내려가는 에피소드는 두번이다. 첫번째에서는 그런가보다 하고 납득이 가능하지만 두번째 길드 하강 에피소드에서는 죽어도 상관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 자신을 희생하면서 전진하는 장면이 나온다. 첫 장면은 분명 감동적이지만 이후에는 이를 희화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물론, 사후세계에서 진짜 죽음을 의미하는 '성불'이라는 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에 죽어도 죽지 않는다는 현상을 이용한 현명한 방법이라는덴 인정하지만 죽음이라는 현상 자체를 너무나 가볍게 표현하고 있는 <Angel Beats!>만의 세계관이 꽤 불편했다.  


'오토나시'의 존재가 가지는 의미

<Angel Beats!>의 주인공인 오토나시 유즈루(이하 오토나시)는 기억을 잃은 채로 사후세계에 떨어진다. 그 때문에 오토나시는 자신이 사후세계에 떨어졌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오토나시는 사후세계를 포함해 <Angel Beats!> 세계관에 대한 어느 것도 파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Angel Beats!>를 보기 시작한 시청자들과 완전히 동일한 수준이다. 즉, 오토나시가 알아가는건 시청자가 알아가는 것과 같다. 기억상실증이라는 아주 흔한 소재가 주인공에게 적용하면 이런 효과를 가진다. 덧붙여, 오리지날 애니메이션은 원작이 없어 충실한 팬층이 없기 때문에 미스테리적 요소를 넣어 시청자들이 다음 화를 보고 싶어하는 전개를 많이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상실증인 오토나시는 이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회수하지 않는 미스테리적 요소

<Angel Beats!>를 보면 알겠지만 실제로 오토나시가 알아내는건 별로 없다. 미스테리적 요소, 쉬운 말로 떡밥을 마구 뿌리는데 이를 회수할 생각을 하지 않은게 치명적인 단점이다. 떡밥의 절반 정도는 시청자가 스스로 추론해야 하는 문제이다보니 이는 시청자간의 이해도에 격차가 생기기 시작한다. 오토나시는 타치바나 카나데가 자신들과 똑같은 인간이라는걸 11화에 가서야 알아챈다. 실제로 카나데가 인간이라는걸 내포하는 부분은 5화에 나오지만 그때 파악하지 못한 시청자가 상당히 많다. 이걸 단순히 시청자의 수준이 미숙하다는걸로 치부할 문제일까? 그 외에도 12화에 등장하는 이 세계의 진실이나 카나데가 사후 세계에 온 시점 등 떡밥을 잔뜩 풀어놓고 해결하지 않은 요소들이 너무 많다. 이건 앞서 말한 분량 조절 실패의 연장선이다. 의문점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열린 결말을 내버린 <Angel Beats!>는 엔딩의 감동유무를 떠나 최악의 전개를 보여줬다.




밴드씬과 전체적인 작화의 분위기

마에다 쥰은 밴드씬이 나오는 3화 방영에 앞서 밴드씬에 공을 들였다고 호언장담했다. 3화를 포함해서 밴드씬은 총 3회 나왔는데 솔직히 말하면 다른 애니메이션과 비교할 정도로 밴드씬이 훌륭하진 못했다. 셋 다 연출과 작화감독이 다르다는건 그렇다치고 하나같이 과도한 광원으로 캐릭터의 모습을 뒤덮는다. 광원 이야기가 나와서 덧붙이자면 <Angel Beats!>의 대부분의 장면에는 광원을 과도하게 노출시킨다. 사후세계의 태양은 정말 강렬한가보다. P.A.WORKS의 전작인 <트루 티어즈>와 비교해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나름대로 포근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광원으로 그라데이션을 주기 위함인 것 같지만 솔직히 확 와닿지는 않는다. 물론 광원효과가 상당히 손이 많이 들어간 수준급의 기술이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쓸데 없는 곳에 힘썼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분량에 비해 너무나 이상적인 소재

개인적으론 상당히 좋아하지만 논란이 많은 10화의 결혼드립은 빼놓을 수가 없다. 어쩌면 <Angel Beats!>의 에피소드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어야 할 에피소드중에 하나이다. 사후세계에서 '성불'이 가지는 의미는 사후세계에서 사라지는걸 의미한다. 나카무라 유리를 중심으로 한 SSS는 이 '성불'이 이 세계에서의 죽음으로 생각하고 '성불'당하지 않게 저항하는 집단이다. 하지만 오토나시는 기억이 돌아오고 카나데와의 대화를 통해 '성불'이 구원받은 길이라는걸 알게 된다. 그래서 오토나시는 카나데와 협력해 첫번째 대상으로 유이를 성불시키려고 노력한다. 어쩌면 마에다 쥰은 SSS의 한명 한명을 성불시키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량에 한계를 느꼈는지 히나타 히데키가 유이를 성불시키기 위해 한 프로포즈를 새로운 떡밥의 트리거로 써버리고 결국 단체 성불을 이끌어낸다. 이런 종류의 에피소드를 잘 늘렸다면 감동적인 작품이 될 수도 있었는데 분량 조절의 실패로 결국 단체 성불의 트리거 에피소드로 남아버렸다. 


분량 조절의 실패로 이어진 최악의 결말

아마도 <Angel Beats!>를 비판하는 사람들중 십중팔구는 바로 결말을 언급할 것이다. 유리가 어떻게 마지막에 성불을 하지 않았는지는 자연스러운 흐름때문에 태클을 걸 사이가 없었고 유리와 카나데의 이미지 변신은 그동안 길었던 둘의 갈등이 해소되었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그리고 졸업식이 끝나고 최후에 오토나시와 카나데만이 남는다. 그리고 이때 나타나는 카나데의 고백은 감동을 자아내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결말에서조차 모순을 남겨버림으로써 감동받을 것도 싹 사라진다는게 문제다. 사실 그 전에 오토나시의 본심에서부터 깬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결말까지 오면서 남긴 수많은 의문점은 거듭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결국 마지막에는 환생하면서 극적으로 만나는 기적같은 열린 결말로 마무리지었다. 결국 마지막까지 <Angel Beats!>가 남긴건 모순 뿐이었다.




개인적인 견해

사실 개인적으로 <Angel Beats!>는 재미있게 봤다. 마에다 쥰 특유의 '개그와 시리어스의 조화'가 1쿨로 줄이는 바람에 대차게 실패해버렸지만 말이다. 그런 마에다 쥰이 <Angel Beats!>에서 말하고 싶었던 테마는 '인생'이다. <Angel Beats!>는 주인공인 오토나시를 포함해 몇명의 캐릭터들의 생전 기억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또 한번 분량이 적은걸 한탄하자. 이런 에피소드가 많았고 떡밥을 천천히 풀어나갔다면 훨씬 더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이런 경우에는 1쿨밖에 할당을 안한걸 까야 하나? 어찌됐든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긴 하다. 하지만 마에다 쥰이 <Angel Beats!>를 게임화한다는 뒤통수를 쳐버리는 바람에 팬으로서는 좋지만 게임 시나리오라이터는 그만두겠다는 소리가 헛소리였다는 데는 화가 나기도 한다. 어찌됐든 게임화로 제발 <Angel Beats!>를 살려주었으면 한다.


총평

<Angel Beats!>는 어마어마한 기대를 받은 화제작이었지만 분량 조절의 실패라는 엄청난 실수 덕에 모든 것을 망쳐버린 애니메이션이다. 보통의 실패한 오리지날 애니메이션이었다면 그저 그렇게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너무나도 매력적인 캐릭터에 너무나 참신한 소재, 그리고 엄청난 스탭진과 억단위의 홍보비를 쏟아부었기 때문에 더욱 실망이 크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하지만, 작품 자체의 마력을 따진다면 확실히 성공적이다. 특히 나는 이 작품때문에 돈을 쓰기 시작했으니 두말할 필요도 없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한마디로 줄이자면 '아까운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