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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tion

내가 뽑은 2011 BEST/WORST 애니메이션


2011년도 어느덧 끝나가고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벤트가 진행중입니다.

이벤트 게시용 글이기도 하고 다른 곳에다가도 올릴 게시물은 경어를 쓰는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좀 여유롭게 쓰려고 했는데 결국엔 지금에서야 쓰게 되었네요.


BEST ANIMATION

 
꽃이 피는 첫걸음

서론

<꽃이 피는 첫걸음>은 최근 <Angel Beats!>로 다시 주목받은 P.A.Works의 창립 10주년 기념 오리지날 애니메이션으로 2010년 4월 ~ 9월에 걸쳐 총 26화를 방영했습니다. 본래 명칭은 <花咲くいろは>지만 국내 케이블 방송사인 애니플러스의 한글 제목인 <꽃이 피는 첫걸음>을 따라가도록 하겠습니다. 2쿨짜리 오리지날 애니메이션은 상당히 오랜만이고 기대받는 제작사인 P.A.Works의 제작이라 상당한 기대를 모았던 작품입니다.

간만에 나타난 볼만한 오리지날 애니메이션

2011년은 1분기에 방영한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를 시작으로 깨알같은 오리지날 애니메이션이 많이 등장한 한해였습니다. <꽃이 피는 첫걸음>도 그중 하나였구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오리지날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는 작품이 시작하기 전부터 얼마나 관심을 끌어내느냐도 중요합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한 <Angel Beats!>의 제작사인 P.A.Works에 다양한 스탭들이 있지만 가장 알아보기 쉬운 스탭중에는 역시 <아틀리에 시리즈><하느님의 메모장> 원화가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있는 키시다 메루의 캐릭터 원안이 눈에 띕니다. 성우진도 상당히 좋았기 때문에 2분기에서 <꽃이 피는 첫걸음>을 기대하기에는 모자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흔해 보이지만 결코 흔하지 않은 전개

<꽃이 피는 첫걸음>의 시작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나름대로는 평범하게 지내던 마츠마에 오하나(CV : 이토 카나에)가 어머니의 야반도주로 인해 외할머니가 운영하는 전통여관인 킷스이소우(喜翠莊)로 들어가는 황당한 초반 전개는 많은 시청자들을 당황하게 했을 법 합니다. 마치 여성판 <하야테처럼>같기도 했지요. 집안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지극히 평범한 도쿄의 학생이었던 오하나가 하루아침에 전통여관의 접객일을 시작하는건 상당히 고된 일일 겁니다. 재미있게도 킷스이소우에는 오하나와 동년배인 츠루기 민코(CV : 오미가와 치아키)오시미즈 나코(CV : 토요사키 아키)와 함께이기 때문에 셋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청춘 드라마 형식으로 수월하게 내용을 진행합니다.


개성 만점인 캐릭터들의 향연


오리지날 애니메이션이 다루기 힘든 부분중 하나가 개성있는 캐릭터의 연출입니다. <꽃이 피는 첫걸음>은 오지랖 넓은 오하나, 솔직하지 못한 민코, 부끄럼을 타는 나코의 삼인방을 중심으로 여관 내외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을 맞닥뜨리며 자신을 성장시키는 성장형 드라마 형식으로 전개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평범하게 살아왔던 오하나가 생전 처음 경험하는 전통여관의 접객일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웁니다. 이런 오하나가 일하고 있는 킷스이소우의 종업원들 역시 상당히 개성있게 그려냈습니다. 특히 오하나의 접객 선배격인 와지마 토모에(CV : 노토 마미코)의 맛깔나는 연기는 주목할만 하네요. 



드라마가 아닌 드라마틱한 전개

<꽃이 피는 첫걸음>은 순수하게 재미있습니다. 내용의 기본적인 틀은 도쿄에서 살던 오하나가 하루아침에 전통여관의 접객일을 하게 되는 내용이지만 한화 한화 작은 에피소드를 꾸려나가는 일종의 피카레스크식 구성을 따르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시트콤'에 가까운 형식입니다. 그 덕에 능력 여하에 따라 깨알같은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잡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3화의 그것처럼 파격적인 재미를 선보이는가 하면 11화처럼 애절한 전개도 소화해낼 수 있었지요. 대부분의 내용이 한화 아니면 두화에 걸쳐서 끝나기 때문에 가볍게 즐길 수 있지만 재미는 결코 부족하지 않은 좋은 작품입니다. 



성장에 필요한 귀여운 로맨스

기본적으로 <꽃이 피는 첫걸음>은 성장 드라마 장르이다보니 연애는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1화에서부터 터트려준 연애노선은 시간이 지나면서 재미있는 상황으로 돌아갑니다. 게다가 킷스이소우에서 일하면서 생기는 새로운 플래그는 소위 말하는 시궁창 전개로 벌어집니다. 오하나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못해도 기본 오각관계는 펼쳐있네요. 주인공인 오하나도 그렇지만 작품 내에서 결혼식이 벌어질 정도로 상당히 본격적인 연애도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오하나지만 오하나 뿐만 아니라 킷스이소우의 모든 종업원들도 착실히 챙겨주는 에피소드가 의외로 깨알같은 볼거리입니다. 



개인적인 견해

<꽃이 피는 첫걸음>은 의도치 않게 전통여관에서 접객일을 시작한 오하나의 성장 스토리를 그린 애니메이션으로 작품이 지향하는 내용은 단순하지만 마치 시트콤처럼 매화마다 짜임새있고 코믹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오지랖이 넓어서 '트러블 메이커'라고 부를 수 있는 주인공인 오하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킷스이소우의 일상은 결코 지루하지 않습니다. 오리지널로 2쿨 분량을 그려내면서 자칫하면 지루해지거나 퀄리티가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었는데 <꽃이 피는 첫걸음>만큼은 처음 그대로의 텐션을 유지하며 나름대로 적절한 결말까지 끌어냈습니다. 개그, 갈등, 성장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은 유익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총평

<꽃이 피는 첫걸음>은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흠잡을 부분이 없다는게 제가 BEST로 뽑은 이유입니다. 개성있는 캐릭터, 일상에서 묻어내는 개그, 사람냄새나는 갈등을 포함하고 있는 <꽃이 피는 첫걸음>은 순수하게 재미있습니다. 주인공인 오하나의 유쾌한 성장 드라마로서 작품 전체가 재미를 잃지 않는 충실한 코미디 애니메이션입니다.



WORST ANIMATION

 
일상

서론 

<일상>은 카도카와쇼텐의 '월간 소년 에이스'에 연재되었던 아라이 케이이치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2010년 4월부터 9월에 걸쳐 총 26화를 방영했습니다. 애니화 이전에 국내에서 이미 대원씨아이를 통해 정식발매되고 있는 코믹스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생소한 작품은 아닙니다. 게다가 <케이온!!>의 상업적 성공을 거둬들인 쿄토 애니메이션의 제작이라 당연히 화제작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쿄토 애니메이션에게 거는 기대

저는 특별히 쿄토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제작사 중의 하나이고 분명히 인기가 있는 제작사입니다. 한창 <케이온!!>을 방영하면서 다음 작품에 대한 정보가 떴을때 상당히 불안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정식발매가 되어 <일상> 1권을 미리 접해본 제 느낌으로는 솔직히 영 아니었습니다. <럭키 스타><케이온>등을 성공시킨 쿄토 애니메이션이기에 이번에도 성공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하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이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제가 <일상>을 WORST로 뽑는 이유가 되겠군요.



일상이 아닌 비일상의 개그물

<일상>은 제목과는 다르게 여느 코미디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비일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일상>은 흔히 말하는 학원물 순수 코미디 장르로서 <럭키 스타><케이온>을 해왔던 쿄토 애니메이션의 계보를 잇는 듯한 느낌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 화에 작은 에피소드들을 여러 편 방영하여 짧고 굵은 개그들을 선보입니다. 학원개그에서 슬랩스틱, 만담, 아스트랄, 정적을 활용한 개그 등 코미디 장르의 왕도라고 할만한 다양한 개그요소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러브코미디처럼 특별한 연애노선도 없고 치유계처럼 편안함을 주는 것도 아닌 <일상>의 승부수는 아무래도 얼마나 재미있는가에 달려있지요.



그렇다면 재미있는가?

흔히 개그 코드 혹은 웃음 코드라고 부르는게 있습니다. 어떠한 개그를 100명에게 했을 때 100명 전부가 재미있어할 개그는 그다지 많지 않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개그를 평가하는데는 상당히 조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일상>의 개그는 어떠할까요? <일상>은 학원물 순수 코미디 장르로서 학원 내외의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개그들을 선보입니다. 그게 재밌다면 WORST로 꼽지는 않았겠지요?

<일상>의 개그는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개그입니다만 몇가지 문제를 집어보겠습니다. 대표적으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오버스러운 리액션이나 츳코미,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나 행동, 뜬금없는 전개 등을 들 수 있겠는데요. 아무것도 아닌 일에 대폭발이 일어나거나 작품 내에서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개그를 선보이는건 긍정적으로 보기엔 힘듭니다. <일상>은 한 화에 다수의에피소드를 담고 있기에 많은 개그 코드들이 등장하는데 분명 재미있는 개그도 등장하지만 불만이 쌓이는 개그도 존재하는게 상당한 결점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시청자가 공감할 개그를 선보이지 않는게 결점입니다. 재미의 유무를 떠나서 <일상>은 여러모로 불편한 코미디 애니메이션입니다.



뚜렷한 캐릭터와 무리한 연출

학원물 순수 코미디 장르라고 부를 수 있는 <일상>에는 상당히 많은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보통 가장 초점을 많이 받는 학원 내 3인방, 시노노메 일가, 그 외 캐릭터들로 나뉘어집니다. 학원쪽이 상당히 아스트랄한 개그들을 선보인다면 시노노메 일가는 귀여운 개그를 선보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상>의 아스트랄한 개그를 겪다보면 시노노메 일가쪽의 개그가 참 반갑게 느껴집니다. 분명 <일상>의 캐릭터성은 나쁘지 않습니다. 

굳이 결점을 꼽자면 연출쪽입니다. 전체적인 연출은 전작인 <케이온!!> 이상이라 할 정도로 공을 들인 부분이 많습니다. 문제점은 다른 곳에 있는데요. <일상> 자체가 작은 에피소드를 여러개 묶은 작품이기에 한 화에 다수의 에피소드를 집어넣으면서 몇몇 짜투리 부분을 채워넣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에피소드는 '일상 XX' 식으로 붙여넣는다면 이 외에 짤막한 코너들을 섞어서 시간을 채우는 식이지요. 다수의 에피소드가 존재하기에 에피소드와 에피소드를 넘어가는 사잇공간이 존재하는데 도저히 의미를 알 수 없는 공백같은 부분이 의문을 가지게 합니다. 그 외에 사잇단계의 에피소드들도 영 미적지근했지요. '재미있으면 된다.'라는 모든 불만을 잠재우는 진리의 문장도 <일상>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 일단 재미가 없으니까요. <일상>을 무려 2쿨로 방영한다는게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 그 걱정이 현실이 되버려 참 유감스럽습니다.



개인적인 견해

<일상>은 학원물 순수 코미디를 표방하고 그에 맞게 다양한 개그 형식을 선보인 애니메이션입니다. <일상> 자체가 재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코미디 장르이니만큼 가끔가다 빵 터트리는 개그를 선보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순수하게 재미있는 개그인지 아니면 씁쓸한 개그인지는 직접 느껴봐야 알 겁니다. 묘하게도 이런 개그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일상>이 재미가 없다고 단정하진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문제점이 없다고 한다면 단연코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웃으면서 봐야 하는 코미디 애니메이션이 웃기지 못하고 정색하게 만든다면 이는 문제가 있지요. 개그가지고 너무 깐깐하게 구는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일상>을 보면서 느낀 제 순수한 감정이 그런걸 어쩌겠습니까. 시노노메 일가 파트정도의 수준정도로만 전개했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쿄토 애니메이션의 제작이면 기대를 할 수 밖에 없는데 <일상>만큼은 상당히 아쉬운 작품이 되었습니다.

총평

<일상>은 원작을 일찍이 접한 시점에서 상당히 우려하며 기다린 작품이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인지 나름대로는 괜찮게 보긴 했지만 눈에 띄는 몇몇 결점들이 더욱 <일상>을 아쉽게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상당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쿄토 애니메이션의 제작에 카도카와에서 홍보도 엄청 한 작품이었지만 막상 흥행에도 실패했지요.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코미디 애니메이션으로 평가하며 이는 BEST로 뽑은 <꽃이 피는 첫걸음>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평가가 되겠습니다.